마이애미 조기 탈락, 그 후 열흘

준결승 보다보니(또 오늘 밤에 있을 결승을 보면서도 그렇겠지만) 대회 첫 경기 탈락에 대한 아쉬움이 잊혀질 듯 잊혀지지 않고 자꾸 다시 살아나고 있는 중. '아~ 저기에 우리 조코비치가 있어야하는데, 그랬으면 이렇게 아무나 이겨라 늘어지며 보고 있지 않을텐데. 포인트고 뭐고 다 필요없고 그냥 긴장하며 경기보고. 서운해 서운해~!!!' 뭐 이런 땡깡이지.ㅋ

아마 내일 발표되는 이번 주 랭킹 포인트를 보면 디펜딩 챔피언의 2라운드 탈락이 얼마나 얼마나 어마어마한 중대 과실(?)인지 새삼 깨닫게 될 예정이고.ㅎㅎ; (어제 계산해본 바로는 페더러와 18xx점 차이가 나는 걸로~ ioi )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내심 생각해둔 선이 있었을테니 선수 본인도 아쉬움이 클테고, 지켜보는 팬의 입장에선 실망이라기보다 얼굴 한 번 못보고 남들이 하는 잔치 구경하고 있자니 허전하달까 심심하달까 뭐 그런 사소한 섭섭함이 끝내 남긴 하더라.

어쨌든 자기 합리화든 뭐든 일주일쯤 지내다보니 길게보면 이래저래 꼭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싶어. 호주에 이어 IW 우승까지 하면서 대회만 몇번 더 치르면 당장이라도 1위 자리에 오를 것처럼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신경쓰지 않겠다 여러번 이야기하지만 그런 주위의 기대나 압력을 없는 것처럼 여기고 집중하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허무하게 대회 하나를 날려먹고 나니까 당장 몰아부친다고 뭔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게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

지난해 가을부터 눈에 띄던 체력 문제도 보다 구체적으로 준비하게 될테고, 혹여 대회 우승 후 집중력이 떨어졌던 거라면 최대한 체력 안배는 하되 상대가 누구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됐겠지. 최소한 당분간은 한 대회 우승 후 다음 대회 바로 탈락하는 일은 볼 일 없지 않을까 싶어. 올해만 벌써 두번짼데 설마 또 반복할까 (반복해도 괜찮으니 우승이나 많이해라도 괜찮은가?ㅎㅎ) 시간 지연 경고 먹고 게임 따낸 뒤에 13포인트 연속으로 잃었다는데 처음 있는 일이 아닌만큼 정신적인 부분이든 기술적인 부분이든 보완하고 있을 거고.

마이애미 조기 탈락하면서 시즌 일정에서 일찌감치 제외됐던 에스토릴 대회 와일드 카드 제의가 왔었다는데 고심 끝에 포기했다는 이야기. 데이비스컵도 떨어진 마당에 여유도 있겠다 포인트도 지킬 겸, 부담 적은 대회로 클레이 시즌 시작해도 나쁘지 않겠다 싶기도하지만 역시 또 길게보면 예정대로 가기로 한 것도 잘한 선택인 듯. 몬테카를로 시작하면 프랑스 오픈까지 줄창 달려야하고, 끝나자마자 퀸즈클럽, 일주일 쉬고 윔블던, 그리고 또 1~2주 쉬고 몬트리얼, 신시내티, 올림픽, US오픈까지 생각만해도 숨차는 일정~ 체력적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체력 부담을 크게 느끼는 건 확실한만큼 조바심 내지않고 길게 보면서 천천히 돌아가는 게 현명해보여. 다들 지난 가을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듯이;;

또 예상치 못했던 시간이 생긴 덕분에 전부터 찾아봤으면 싶던 코소보도 들렀고, 여러 외부 일정도 차분하게 해결하고. 팬이라고 해서 코소보 독립같은 정치적인 문제까지 꼭 조코비치가 잘하고 있다고 말하긴 그렇지만 부담이 되든, 힘이 되든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덴 일정부분 세르비아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수행해주길 바라는 역할이 있을텐데 이 정도면 어린 선수답지않게 잘해가고 있는 것 같아.

암튼 결론은 긍정적인 부분만 따져보면 지금 상황에서 이렇게 탈락하게 된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거~ 뭔가 생각했던게 많았는데.. 막상 쓰려니 무지 어려워서 알맹이가 없네. -0-;; 옴형이랑은 이따금 채팅 하면서 이런 이야기 거의 다 했거든. 다른 형들하곤 그럴 기회가 없길래 (다들 이미 봤을) 공홈에 올라온 조코비치 근황보고도 할 겸 글 올려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