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DE NOLE !

올림픽 조코비치 vs 몽피스 경기 후기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8. 15. 17:00

(신시내티 결승 끝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미 늦었고 간만에 경기 집중해서 본 김에~)

앞서 몽피스와 한 두번의 경기가 모두 박빙이라 걱정이 됐었는데 이번에도.. 수비형이면서 나달의 패싱이나 결정력, 구질&운영의 다양성, 노련미, 정신력에 조금씩 못미치는 선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서브는 더 낫고. 이 정도가 일반적인 몽피스 평가라고 보면 이론상 그다지 나쁜 매치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우여곡절이 많았던 성인무대 첫 경기 기억도 있고 시종일관 침착하고 차분한 몽피스에 비해 소리지르거나 항의할 일이 많았던지라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악역은 우리 차지. 왠지 이 둘간의 경기는 이 전에도 딱 이 분위기였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 악역을 맡는게 어울리고 또 그럴때 경기 내용이 나아보인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경기. 근데 친한 선수들과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만났을 때 번번히 악역 노릇한다는 건 고역인 것 같아. (그래서 끝엔 항상 먼저 Hug~!!로 용서를 구하는 건가ㅎㅎ;;)


1Set 성급함이 화를 자초하다
전체적으로 이 경기를 어렵게 한 건 결국 1세트 초반에 무리하게 포인트를 짧게 가져가려다 브레이크 실패->서브게임 브레이크 당한 두 게임. 녹화엔 없는데 리턴 게임인 두번째 게임에서 0:15*, 15-30* 두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차분히 공격 찬스를 만들어가기보다 랠리 초반부터 욕심을 부린 공격이 네트에 막히면서 놓쳐버렸지. 그리고 이어진 서브게임에서 베이스라인 뒷쪽에 있는 몽피스를 의식한 건지 위험스럽게 시도한 두번의 드랍샷이 네트맞고 이쪽으로 떨어지면서 브레이크 당한 걸 세트끝까지 만회못한게 3세트까지 가게만든 결정적인 실수였고. 체력이나 날씨 상황은 물론 랠리가 길어지는 건 몽피스 페이스에 끌려다닌다는 의미니까 초반에 강한 공격으로 분위기를 가져오려는 의도가 컸던 것 같은데 신시내티 나달 경기 초반에 양 사이드 선 위에 딱딱 떨어지던 때와 달리 오늘은 사이드라인에 한참 멀리 떨어지거나 네트에 걸리면서 의도대로 풀리지 않았고, 드랍한 공이 넘어갔다고해도 경기 초반 움직임이 좋을 때 드랍을 시도하는게 과연 맞는 선택이었을지는 의문. 오버헤드 스매시 네트에 꽂아 넣은 건 보너스;;;


2Set
서브앤발리, 백핸드 슬라이스 등 내용을 다양하게 가져갔던 다섯번째 서브게임이 좋아보였고 여섯번째 리턴게임에서 더블폴트 챌린지 성공하며 브레이크 포인트 얻은게 결정적. 이게 아마 첫 브레이크 포인트였지? -0-;;


스매싱 실패하고 자책 중;

3Set 체력, 체력, 체력, 체력, 체력, ........., 체력
서브앤발리는 긴 랠리를 감당할 수 없는 체력 때문에 선택의 여지없이 틈나는대로 계속 시도해야만했던 전술.  몽피스가 나달이나 머레이처럼 자유자재로 페이스를 조절하거나 경기 운영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선수가 아닌 것이 천만다행. 첫 브레이크 성공할 때까지만해도 겨우 버티던 체력이 브레이크 후 긴장이 풀렸는지 다음 서브게임부터 급격히 저하. 힘있는 공이 안나오니 랠리 길어지고 체력 소진되고 그럴수록 일찍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은 급해지고. 그 4번째 서브게임만 집중력 갖고 지켰어도 2세트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는데 15:15 발리싸움하다 얻은 스매시 찬스때 네트 맞은 것, 30:30 긴 랠리에서 결국 먼저 힘 딸려서 브레이크 포인트 내주며 브레이크 당하고 나니 다시 분위기는 팽팽하다 못해 끌려가는 모양새. 그 다음게임 또 브레이크 하긴 했지만 그때부터 마지막 매치포인트 잡을 때까지 매 서브게임마다 고전하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지. 후반으로 갈수록 첫서브 확률도 속도도 떨어지는 마당에 몸에 익숙한 전술도 아닌 잦은 발리시도는 심리적으로 부담이 컸을 것 같고 첫번째 매치 포인트에서 당한 것처럼 패싱은 두포인트 잃은 듯한 상실감이 ㄷㄷ


-하드코트 시즌 길어지면서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는데 보통 랠리가 길어질 때 우리쪽이 주도권을 잡고 가다 위너를 넣거나 forced error를 얻는 올해 초반 페이스완 아직도 확실히 다른 것 같아. 그땐 상대가 누구든 경기 분위기나 내용 자체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지금은 실수가 없는 상대를 만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끌려다니는 것 같달까? 실수 잦은 상대가 편하고 실수 적은 선수가 어려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르게 표현하면 상대가 실수하도록 만드는 힘과 결정력이 실종됐다는 거. 서브도 그렇고 포핸드도 그렇고 클레이-잔디 시즌에 감아치는 경향이 강했는데 그러면서 플랫한 샷에 대한 밸러스가 흐트러진 거 아닌가 싶기도하고. 서브게임은 보너스로 삼고 리턴 게임을 더 재밌게 봤었는데 요즘은 리턴 게임은 브레이크 하거나 못하거나 잃을게 없으니 차라리 마음 편하고 서브 게임이 긴장감 가득. 스릴 만점 ㅠㅠ

-무려 세번이나 연달아 긋던 성호, 매치 포인트 세레모니는 마치 우승 확정 포즈. 얼마나 힘든 경기였는지... 로마 우승 후로 역전승이 한번도 없었잖아. 먼저 세트 내주면 그대로 어어어~끌려가버리고 매치 포인트 내주기 전에 반짝하다가 결국엔 허무하게 지는 패턴의 반복. 역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물고 늘어진다기보다 '이 정도면 나도 할만큼은 한거지?' 이런 식으로 패배에 대해 스스로 변명거리를 만들려는 것 같아서 답답했는데 정신력, 체력 모두 바닥을 드러낸 정말정말 힘든 경기 끝까지 포기안하고 역전승해서 다행이고 기뻤어. 개인이 아니라 한 나라의 대표자격으로 뛴다는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인지~


-지치니까 알아서 공튀기는 횟수 급증. 경고 언제쯤 주려나 3셋 초반부터 조마조마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국 끝에 하나 받더라. 경고 받았다고 바로바로 서브넣을 상황이 도저히 아니라서 또 경고먹을까봐ㄷㄷ 코트 체인지할 때 쉬는 시간이 이렇게 짧게 느껴지는 것도 처음.

-3패만 하고 돌아갔어도 작년에 한번 들렀던 선수라 그런가? 어제 경기장 분위기가  우리쪽인게 정말 큰 도움 됐어. 곧 그 자리에 쓰러져 죽을 것같이 뛰던 애가 그래도 싸인은 정성껏해주던데 일방적인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마땅한 도리 아니겠어.ㅎㅎ

-늘 그자리에 있던 코치님이 안계시니 왠지 허전하고 텅빈 느낌. 휴가(?) 잘 보내고 계신지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