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DE NOLE !
색다른 감동의 로마 우승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5. 12. 11:02
다른 형들도 그랬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번 대회 들어가기 전에 조금 의기소침했던게 사실이야. 마이애미 경긴 보지도 못했고 피로와 안일함이 겹쳐 그럴 수도 있다 했기때문에, 몬테카를로 들어갈 땐 오랜만의 공식 경기라는 것, 클레이 첫 대회라는 것 정도가 걱정이긴 했어도 일단 너무 반갑고, 또 그간 어떤 준비를 어떻게해서 나왔을까 기대감이 더 컸거든.
이번에 그때와 다른 기분으로 시작한 건 지난번 기권 문제라던가 그런 차원이 아니고 페더러와의 준결승 경기에서 약간의 한계를 느꼈달까 그런 이유. 베이글도 이따금 먹여가며 수월하게 올라온 준결이라 클레이든 하드든 코트에 상관없이 이미 일정 수준을 넘어선 기량에 대해선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겠지.
근데 호주 오픈 이후로 페더러가 얼마나 칼을 갈았는지 그 섬뜩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준결승을 보니 가슴이 답답해져 오더라구. 일단 며칠전부터 안좋았다던 호흡 문제가 없었다 생각하고 보자면 딱히 컨디션이 나쁜 날도 아니었고 각좋은 샷도 꽤 많이 나왔는데 그걸 오히려 위너로 받아쳐버리는 페더러를 보고 있자니 이걸 대체 어떻게 이겨? 싶은거지. (하긴 지금이 전성기 시절만 못한다해도 페더러 경기 스타일은 늘~) 그땐 주의깊게 보지도 않았고 다른 선수 경기를 볼 일도 없어서 소위 말하는 '페더러의 전성기 기량'이라는 게 지금과 어떻게 다른지 가늠할 순 없지만 그날 보여 준 집중력과 승부욕만큼은 어느 때보다 더 강하지 않았을지..
그에 반해 생각대로 풀리지않자 번번히 주저 앉거나 한숨을 내쉬거나 등등 심리적으로도 밀리고 있다는 걸 온 몸으로 자꾸 표현하는 조코비치를 보자니 승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 모습이 그리 실망스럽더라구. 스스로도 코트 안에서 어느 정도 감정 표출하는 걸 긍정적으로 여긴다고 말했고 나 역시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기도 했지만 적어도 페더러나 나달 같은 상대 앞에선 그런 모습 보여주기 싫었달까?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는 페더러나 마지막 한 포인트까지 파이팅 넘치는 나달 모습이 그 순간엔 너무 부러웠어.
아무튼 경기 안팎으로 페더러의 존재감을 너무 깊게 느낀 게임이 돼버린거지. 나야 기권 문제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지 않았고 부모님 문제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그간 어렵게 개선해온 이미지가 원점보다 더 뒤로 돌아간게 안타깝긴해도 어쩔 수 없다 했지만 저런 부분은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었어. 로마 대회에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려고 했던 건 일단 이런 이유가 컸고, 수요일 첫 경기 전까지 약먹고 몸관리 해야할만큼 상태가 좋지않은 것도 물론, 게다가 기권 문제로 비난 받았던 것도 꽤 마음을 쓰는 눈치고.
아니나 다를까 첫 경기서부터 전혀 답지 않은 경기를 하대. 스코어로 보면야 남들은 쉽게 이겼다고 생각하겠지만 일단 풋웍이 부자연스럽고 (리듬을 전혀 못타면서 발이 먼저 간다기보다 몸이 가고 다리는 억지로 끌려가는 느낌) 스트로크의 날카로움도 사라진데다 다른 때에 비해 그리 공격적이지도 않고(실은 하고 싶어도 기회를 못만든 거;;), 컨디션 안좋을 때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인 대량의 백핸드 에러까지;; 결정적으로 표정에 자신감이 없고 안드레프 경기 땐 어찌나 신경이 곤두서있는지 시종일관 표정에 짜증이 한 가득인거야. 첫 경기때부터 코트가 너무 미끄럽고 정비도 제대로 안돼있다고 항의하던데 다른 선수들 경기를 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모든 선수들에게 조건은 동일한만큼 결국 자기 컨디션이 나쁘니 그런 상황이 더 민감하게 느껴지는 건 부인 못하겠지.
짧은 기간이나마 팬으로 응원해오면서 3라운드 안드레프 경기만큼 보기 힘든 적이 없었어. 그 어떤 게임보다 박빙에 내용까지 안좋은데(안드레프 에러로 경기를 이긴-_-) 뾰루퉁한 표정을 하고 있으니 나까지 불쾌해지는게 하필 티스토리 에러로 블로그 상태도 메롱이지, 난데없이 휴대전화도 말썽이지, 슬슬 두통까지 오기 시작하니까 응원하는 것도 너무 힘들고 하나도 즐겁지가 않더라구. 다행히 어렵사리 이기기야 했지만 대회 전에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나쁜 상황이었나봐. 아무튼 돌이켜 생각해봐도 다신 이런 경기 보고 싶지 않아. (다른 대회랑 달리 첫 게임이 낮 한시, 느즈막한 시작인데 더위 싫어하는 녀석이 이틀 연속 첫 경기 하려니 것도 운이 없긴 했지.)
무려 세시간에 걸친 최악의 경기를 마친 다음 일정이 마지막 게임으로 잡힌게 얼마나 다행이던지, 기분 전환을 위해서든 피로 회복을 위해서든, 시간도 정해져있으니 미리 준비할 것도 없고 말야. 알마그로, 스테파넥 모두 경기 시작부터 상황이 안좋았으니 제대로 된 검증은 아니더라도 좋아진 모습을 보니 정말 정말 반갑더라. 하루 사이에 표정도 꽤 좋아진 것 같고 8강에선 플레이 중에 밖에서 소리를 지른다거나 경기 시작 후에 관중이 들어오는 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집중력도 뺏기지 않고 더 침착하게 잘해주는게 '이제 됐구나, 이게 내가 알던 그 선수야' 했지.
그리고 결승. 늘 그렇듯 상대가 부담스러운 각종 이유를 찾아들고 미리부터 걱정을 산더미처럼 해놓고는 정작 경기 시간은 딴짓하다 지각하는 사태가ㅎㅎ 결승에서 무실세트 우승은 안하겠다고 작정이나 한 건지 (10번의 우승 중 06 AmersFoort, 07 Miami, Vienna만 결승 무실세트) 첫 세트를 무기력하게 뺏기는데 리턴이 안돼서 세트 내내 바브린카가 쳐주는대로 이쪽 저쪽 수비하기 바쁘니 눈 앞이 깜깜해지네. 중요한 순간에 바브린카 집중력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게 그나마 희망의 끈. (타이브레이크 승률도 심하게 떨어지지만 이번까지 커리어 결승 성적 1승 5패, 그 1승은 어제 말했던 06 Umag 대회에서 조코비치가 호흡문제로 기권한 대회)
언제건 져도 괜찮은 경기는 없지만 포인트고 랭킹이고 상관없이 이왕 결승에 올라온 이상 준우승하는 건 정말 보고 싶지 않고 상대가 만날 때마다 고전하는 선수라는게 더더욱 내주기 싫은거야. 경기는 안풀리지 이겨야한다는 욕심은 크지 팬질 조금만 더 격하게 하다간 정신병자 되겠단 생각이 들었어.ㅎㅎ 응원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각종 징크스들, 생각하지 말아야지 해놓고 괜히 안풀리면 내가 바람도 쐬보고 물도 마셔보고 자세도 바꿔보고 눈 감고 집중도 해보고ㅎㅎ 아놔;; 니가 경기하세요? 지구 반대편에서 왠 오버질 -_-+ 화이팅하는 것도 모자라서 혼자 쌩쑈를 하는거지. (다른 사람이 이거 보면 미친 ㅃㅅㅇ라고 손가락질 하겠다능;;; 연예인 팬질도 노땅들만 하느라 꽤 건전(?)하게 컸는데 나이 들어서 이게 뭐하는 짓인지) 우리 엄마가 스포츠 중계보는 나한테 늘 하는 말씀처럼 '지면 뭐하고 이기면 뭐하나, 아무 상관없는 사람인데' 이 말이 새록새록 새겨지더라니까.
어쨌거나 그건 머리로만 그런거고, 저번에 고생하고는 카페인도 자제했건만 호흡이 가빠지는 건 기본 이고 오늘은 옵션으로 심장 박동 느낌이 발끝까지 전해지는 지경에 이르러서, 이렇게 간이 콩 반의 반쪽만해서는 죽었다 깨나도 운동 선수같은 건 못해먹겠구나 싶어.ㅎㅎ(이러다 언젠간 청심환 먹고 응원해야할 날이 올지도;;;) 그나마 3세트 첫 게임을 브레이크 시키고 시작해서 천만다행. 확실히 하나 저장해둔게 있으니까 공격적인 경기 풀어가기도 좋고 응원하는 나도 든든하고.
드디어 우승 확정. 뭐니뭐니해도 우승은 선수 본인이 감격스러워해야 보는 이들도 기쁜 법인가봐. 첫 클레이 마스터즈 우승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잠시마나 주춤했던 상승세도 다시 이어가게 된데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자신감도 되찾는 등 여러모로 의미있는 대회라 그런지 정말 맘껏 좋아하더라. 사바티니도 좀 심하게 껴안았고ㅎㅎ 이탈리아어 우승 소감도 신나서 하고~ (그 와중에 흉내내는 거 거절한 것도 잘했삼)
나 역시 긴장하고 마음 졸인만큼 기쁨도 배가돼서 가슴이 먹먹해져오고, 그동안 못내쉰 숨 마음껏 몰아 쉬느라 바빴지ㅎㅎ (머나먼 이국땅의 팬도 호흡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능) '우승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그리고 또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선수도 힘든 대회였지만 나 역시 회의적인 마음이 컸기에, 지금도 초보지만 더 뭘 몰랐던 인디언웰즈 때 느꼈던 감동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대회였어.
곧바로 이어지는 함부르크 대회,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또 중요한 롤랑가로와 윔블던까지 줄줄이 긴장의 끈을 늦출 새가 없는 빡빡한 일정이 남아있는데 무엇보다 늘 건강하길 바라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있는 모습 절대 잃지말고, 부담 큰 대회지만 오히려 더 즐겨줬음 좋겠어. 적어도 난 1위하는 노박 조코비치가 보고 싶어서 응원하는게 아니라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과감하고 경쾌한 테니스를 치는 노박 조코비치를 보고 싶은 거니까. 행운을 빌어요!!
이번에 그때와 다른 기분으로 시작한 건 지난번 기권 문제라던가 그런 차원이 아니고 페더러와의 준결승 경기에서 약간의 한계를 느꼈달까 그런 이유. 베이글도 이따금 먹여가며 수월하게 올라온 준결이라 클레이든 하드든 코트에 상관없이 이미 일정 수준을 넘어선 기량에 대해선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겠지.
근데 호주 오픈 이후로 페더러가 얼마나 칼을 갈았는지 그 섬뜩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준결승을 보니 가슴이 답답해져 오더라구. 일단 며칠전부터 안좋았다던 호흡 문제가 없었다 생각하고 보자면 딱히 컨디션이 나쁜 날도 아니었고 각좋은 샷도 꽤 많이 나왔는데 그걸 오히려 위너로 받아쳐버리는 페더러를 보고 있자니 이걸 대체 어떻게 이겨? 싶은거지. (하긴 지금이 전성기 시절만 못한다해도 페더러 경기 스타일은 늘~) 그땐 주의깊게 보지도 않았고 다른 선수 경기를 볼 일도 없어서 소위 말하는 '페더러의 전성기 기량'이라는 게 지금과 어떻게 다른지 가늠할 순 없지만 그날 보여 준 집중력과 승부욕만큼은 어느 때보다 더 강하지 않았을지..
그에 반해 생각대로 풀리지않자 번번히 주저 앉거나 한숨을 내쉬거나 등등 심리적으로도 밀리고 있다는 걸 온 몸으로 자꾸 표현하는 조코비치를 보자니 승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 모습이 그리 실망스럽더라구. 스스로도 코트 안에서 어느 정도 감정 표출하는 걸 긍정적으로 여긴다고 말했고 나 역시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기도 했지만 적어도 페더러나 나달 같은 상대 앞에선 그런 모습 보여주기 싫었달까?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는 페더러나 마지막 한 포인트까지 파이팅 넘치는 나달 모습이 그 순간엔 너무 부러웠어.
아무튼 경기 안팎으로 페더러의 존재감을 너무 깊게 느낀 게임이 돼버린거지. 나야 기권 문제에 대해선 깊게 생각하지 않았고 부모님 문제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그간 어렵게 개선해온 이미지가 원점보다 더 뒤로 돌아간게 안타깝긴해도 어쩔 수 없다 했지만 저런 부분은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었어. 로마 대회에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려고 했던 건 일단 이런 이유가 컸고, 수요일 첫 경기 전까지 약먹고 몸관리 해야할만큼 상태가 좋지않은 것도 물론, 게다가 기권 문제로 비난 받았던 것도 꽤 마음을 쓰는 눈치고.
아니나 다를까 첫 경기서부터 전혀 답지 않은 경기를 하대. 스코어로 보면야 남들은 쉽게 이겼다고 생각하겠지만 일단 풋웍이 부자연스럽고 (리듬을 전혀 못타면서 발이 먼저 간다기보다 몸이 가고 다리는 억지로 끌려가는 느낌) 스트로크의 날카로움도 사라진데다 다른 때에 비해 그리 공격적이지도 않고(실은 하고 싶어도 기회를 못만든 거;;), 컨디션 안좋을 때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인 대량의 백핸드 에러까지;; 결정적으로 표정에 자신감이 없고 안드레프 경기 땐 어찌나 신경이 곤두서있는지 시종일관 표정에 짜증이 한 가득인거야. 첫 경기때부터 코트가 너무 미끄럽고 정비도 제대로 안돼있다고 항의하던데 다른 선수들 경기를 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쨌든 모든 선수들에게 조건은 동일한만큼 결국 자기 컨디션이 나쁘니 그런 상황이 더 민감하게 느껴지는 건 부인 못하겠지.
짧은 기간이나마 팬으로 응원해오면서 3라운드 안드레프 경기만큼 보기 힘든 적이 없었어. 그 어떤 게임보다 박빙에 내용까지 안좋은데(안드레프 에러로 경기를 이긴-_-) 뾰루퉁한 표정을 하고 있으니 나까지 불쾌해지는게 하필 티스토리 에러로 블로그 상태도 메롱이지, 난데없이 휴대전화도 말썽이지, 슬슬 두통까지 오기 시작하니까 응원하는 것도 너무 힘들고 하나도 즐겁지가 않더라구. 다행히 어렵사리 이기기야 했지만 대회 전에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나쁜 상황이었나봐. 아무튼 돌이켜 생각해봐도 다신 이런 경기 보고 싶지 않아. (다른 대회랑 달리 첫 게임이 낮 한시, 느즈막한 시작인데 더위 싫어하는 녀석이 이틀 연속 첫 경기 하려니 것도 운이 없긴 했지.)
무려 세시간에 걸친 최악의 경기를 마친 다음 일정이 마지막 게임으로 잡힌게 얼마나 다행이던지, 기분 전환을 위해서든 피로 회복을 위해서든, 시간도 정해져있으니 미리 준비할 것도 없고 말야. 알마그로, 스테파넥 모두 경기 시작부터 상황이 안좋았으니 제대로 된 검증은 아니더라도 좋아진 모습을 보니 정말 정말 반갑더라. 하루 사이에 표정도 꽤 좋아진 것 같고 8강에선 플레이 중에 밖에서 소리를 지른다거나 경기 시작 후에 관중이 들어오는 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집중력도 뺏기지 않고 더 침착하게 잘해주는게 '이제 됐구나, 이게 내가 알던 그 선수야' 했지.
그리고 결승. 늘 그렇듯 상대가 부담스러운 각종 이유를 찾아들고 미리부터 걱정을 산더미처럼 해놓고는 정작 경기 시간은 딴짓하다 지각하는 사태가ㅎㅎ 결승에서 무실세트 우승은 안하겠다고 작정이나 한 건지 (10번의 우승 중 06 AmersFoort, 07 Miami, Vienna만 결승 무실세트) 첫 세트를 무기력하게 뺏기는데 리턴이 안돼서 세트 내내 바브린카가 쳐주는대로 이쪽 저쪽 수비하기 바쁘니 눈 앞이 깜깜해지네. 중요한 순간에 바브린카 집중력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게 그나마 희망의 끈. (타이브레이크 승률도 심하게 떨어지지만 이번까지 커리어 결승 성적 1승 5패, 그 1승은 어제 말했던 06 Umag 대회에서 조코비치가 호흡문제로 기권한 대회)
언제건 져도 괜찮은 경기는 없지만 포인트고 랭킹이고 상관없이 이왕 결승에 올라온 이상 준우승하는 건 정말 보고 싶지 않고 상대가 만날 때마다 고전하는 선수라는게 더더욱 내주기 싫은거야. 경기는 안풀리지 이겨야한다는 욕심은 크지 팬질 조금만 더 격하게 하다간 정신병자 되겠단 생각이 들었어.ㅎㅎ 응원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각종 징크스들, 생각하지 말아야지 해놓고 괜히 안풀리면 내가 바람도 쐬보고 물도 마셔보고 자세도 바꿔보고 눈 감고 집중도 해보고ㅎㅎ 아놔;; 니가 경기하세요? 지구 반대편에서 왠 오버질 -_-+ 화이팅하는 것도 모자라서 혼자 쌩쑈를 하는거지. (다른 사람이 이거 보면 미친 ㅃㅅㅇ라고 손가락질 하겠다능;;; 연예인 팬질도 노땅들만 하느라 꽤 건전(?)하게 컸는데 나이 들어서 이게 뭐하는 짓인지) 우리 엄마가 스포츠 중계보는 나한테 늘 하는 말씀처럼 '지면 뭐하고 이기면 뭐하나, 아무 상관없는 사람인데' 이 말이 새록새록 새겨지더라니까.
어쨌거나 그건 머리로만 그런거고, 저번에 고생하고는 카페인도 자제했건만 호흡이 가빠지는 건 기본 이고 오늘은 옵션으로 심장 박동 느낌이 발끝까지 전해지는 지경에 이르러서, 이렇게 간이 콩 반의 반쪽만해서는 죽었다 깨나도 운동 선수같은 건 못해먹겠구나 싶어.ㅎㅎ(이러다 언젠간 청심환 먹고 응원해야할 날이 올지도;;;) 그나마 3세트 첫 게임을 브레이크 시키고 시작해서 천만다행. 확실히 하나 저장해둔게 있으니까 공격적인 경기 풀어가기도 좋고 응원하는 나도 든든하고.
드디어 우승 확정. 뭐니뭐니해도 우승은 선수 본인이 감격스러워해야 보는 이들도 기쁜 법인가봐. 첫 클레이 마스터즈 우승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잠시마나 주춤했던 상승세도 다시 이어가게 된데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자신감도 되찾는 등 여러모로 의미있는 대회라 그런지 정말 맘껏 좋아하더라. 사바티니도 좀 심하게 껴안았고ㅎㅎ 이탈리아어 우승 소감도 신나서 하고~ (그 와중에 흉내내는 거 거절한 것도 잘했삼)
나 역시 긴장하고 마음 졸인만큼 기쁨도 배가돼서 가슴이 먹먹해져오고, 그동안 못내쉰 숨 마음껏 몰아 쉬느라 바빴지ㅎㅎ (머나먼 이국땅의 팬도 호흡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능) '우승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그리고 또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선수도 힘든 대회였지만 나 역시 회의적인 마음이 컸기에, 지금도 초보지만 더 뭘 몰랐던 인디언웰즈 때 느꼈던 감동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대회였어.
곧바로 이어지는 함부르크 대회,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또 중요한 롤랑가로와 윔블던까지 줄줄이 긴장의 끈을 늦출 새가 없는 빡빡한 일정이 남아있는데 무엇보다 늘 건강하길 바라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있는 모습 절대 잃지말고, 부담 큰 대회지만 오히려 더 즐겨줬음 좋겠어. 적어도 난 1위하는 노박 조코비치가 보고 싶어서 응원하는게 아니라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과감하고 경쾌한 테니스를 치는 노박 조코비치를 보고 싶은 거니까. 행운을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