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 조코비치 선수 팬 블로그입니다

마.드.리.드.......

AJDE NOLE ! 2009. 5. 17. 15:12 by 알 수 없는 사용자

흠..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또 한편으론 할 수 있는 말이 하나도 없기도 해. 어떤 말과 단어로도 그 산산조각 찢겨진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심판으로부터 들려오는 경기 종료 스코어를 들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 심정조차도 어떤 기분이라고 종잡을 수 없을 지경인데 대체 그 녀석 마음은 어떤 상태일지, 만신창이가 돼서 무겁다 못해 땅 속으로 꺼져버릴 것 같은 그 몸이 어떻게 아직도 호흡하고 뛰고 있을지... 감히 짐작도 못하겠어..

제대로 본 포인트라곤 전체 경기의 1/5도 채 못되고, 3세트 타이브렉 같은 중요한 상황은 거의 놓쳤기 때문에 어떤 포인트가 어떻고 거기서 뭐가 어떻고 이런 건 전혀 없어. 아니 봤다고 해도 미친 놈 두 명이 해낸 네 시간짜리 경기를 몇 순간을 뽑아내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지금이 라디오 중계 듣는 시대도 아닌데 고집스럽게 귀로만 듣고 있는 내가 바보긴 한데.. 아마도 호흡 소리만으로도 넘치도록 전달되는 두 선수의 에너지가 이걸로 족하다 느끼게 만들었는지도 모르지..


당장 몬테카를로 결승과 로마 결승의 내용이 달랐고, 세르비아 가서는 홈 팬들 응원 업고도 오히려 부담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좋지 못한 경기를 한터라 마드리드 오는 길이 참 답답하더라고. 코트 상태 안좋다는 이야기는 들려오는데 적응할 시간도 거의 가지지 못했고 3주 연속 대회 뛰는 걸 버텨 줄까에 대해서도 회의가.. 거기에다 근 2년간 무슨 공식 단어처럼 입에 붙어버린 World No.3라는 자리까지 내 준 상태. (지긋지긋 애증이 가득한 3위 자리지긴 했어도 잃고나니 조금 서운하긴 하더라구. 크게 의식하진 않는데 잠시라도 잊을새라 주변에서 자꾸 상기시켜주다보니ㅎㅎ;;) 아니나 다를까 앞 세경기 말 그대로 꾸역꾸역 버텼다는 표현이 어울렸는데 어찌보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 했지.

준결승 앞두고 대체 이 경기에 뭘 기대해야할까 계산이 안서대. 긴장도 안되고 이길 거다 혹은 좋은 경기 할 거다, 아니면 그냥 쉽게 질 거다 전혀 감도 안오고.. 근데 이런 경기를 건네 받다니.. 아무리 내 직감이 좋았던들 감히 이런 경기는 기대도 못했을 거야..

다 왔다 싶을 때 집중력 잃고, 한 번 마음 먹은대로 안 풀리면 연달아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봐온터라 어쩔 수 없이 오늘 경기 중에도 아.. 이대로 끝나는 건가, 여기서 다시 올라올 수 없겠지 싶은 순간이 몇번이나 있었어. 근데 참 그때마다 '이 불신자 같으니라고!!' 이렇게 따져묻기라도 하듯 잘 버티고 잘 이겨내고 마지막 그 한 포인트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그렇게 듬직하게 라켓 손에 꼭 쥐고 뛰고 있더라구. 코트만 벗어나면 그대로 픽 쓰러져버릴 몸일지라도 적어도 우리 눈 앞에선 말야.

여전히 예상이 안되는 그래서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드는 건 과연 이 경기를 어떻게 소화해낼 것인지..  이제 한 발 더 다가갔다, 다음 기회는 내 것이다 이런 자신감으로 계속해서 긴장감을 유지해줄지 아니면 지난해 퀸즈 결승 혹은 올림픽 2탄이 될 것인지.. 모쪼록 바라고 또 바라건대, 후자를 택해서 멀고도 먼 길을 돌아온 지난 1년 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다시는 그 덫에 걸리지 않는다는 성숙함을 스스로 증명했으면 좋겠어. 적어도 내 가슴으론 그래주리라 믿고 있고.


기나긴 슬럼프 기간 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2007년도, 또 흥분으로 가득했던 2008년 초반의 놀레를 많이 그리워했었는데 적어도 요즘 같아선 그때보다 지금의 놀레가 훨씬 좋아. 비록 그때만큼 우승하지 못하고 이제 랭킹도 떨어졌지만 말이지. 그래서 코트 안에서 뭘 하든, 코트 밖에서 뭘하든 사소한 몇가지 빼놓곤 다 좋아 보이고 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같이 웃게되더라구. 놀레 스스로도 그 때보다 즐겁게 테니스 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그렇게 생각하게 된, 반갑고 다행스러운 변화 한가지는 자기 자신을 좀 더 인정하고 사랑하게 됐다고 해야할까? 더 이상 누구 같아 지려고, 남들이 바라는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지나치게 애쓰지 않는 것 같아. 그렇다고 몇년 전처럼 곧잘 경계선을 넘어가는 행동들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생각하는 적정선 안에서 최대한 자기답게 행동하고, 그만큼 불필요한 부담은 덜어내면서..
근데 정말 신기한게 처음 이 녀석에게 넘어가게 된 그 놀레다움을 잃고 나서야 이래야해, 저래야해 재단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고 그리워하고, 그만큼 다시 보게 됐을 때 더 없이 다행스러운 마음, 이런게 나뿐만이 아니라는 거야. 요즘 부쩍 얘에 대한 마음이 바뀌었다던가 한결 긍정적으로 변했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자주 들리는 걸 보면.. 답은 아주 간단했던 모양. 그냥 지금처럼 누군가에겐 미움도 받고 그만큼, 또 그 이상으로 사랑받고, 이렇게 살아가는 거지 편하게 인정하면서 자기답게 살았으면 좋겠어. 테니스 선수로든, 그냥 일상에서든.

- 잊지말고 칭찬해주고픈 한가지는 단발성으로 들려오는 응원 소리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한쪽에 서있는 관중 분위기 속에서 휩쓸리지 않고 냉정 유지해 준 것.  

- 결국 눈으로 본 게 없으니 경기랑 관계없는 이야기 뿐인데 언제쯤 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가 없게됐네. 이러기 싫어서 못보면 못보는 만큼, 부디부디 목놓아 기다렸다 바로 볼 수 있게 꼭 이겨줬으면 했는데 이렇게 된 마당에 뒤늦게 가슴 쳐가며 이때 이랬으면 저랬으면, 놓친 기회에 탄식하는 부질 없는 짓을 할 에너지가 당분간은 안생길 듯.ㅎㅎ;;

+ 그 사이에 나 좀 잔인해졌나? 전 같으면 하루 지나고 나서야 현실로 다가와서 더 안쓰럽고 속상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아니네~ 쳇!! 또 붙어~ 이길 때까지 하면되지!! 싶네. 당사자가 아니라서 이 모양인 거라 미안하긴 하지만 놀레도 이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어제 기사에 인용된 인터뷰 내용만 봐선 실망했다,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등등 숨김없이 아쉬웠던 마음 다 드러내던데..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만 취하겠다는 말에 힘을 실어 주고 싶고 그 와중에도 다음엔 매치포인트 땐 라켓 두 개 들고 서서 둘 다 써야겠다는 농담 끼워넣는 것 보면 또 괜히 찡해지고...

+ 시끌벅적했던 클레이 시즌도 이제 딱 한 대회 남았구나. 일주일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행복한 생일 보내면서 긍정적인 기운 팍팍 받아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돌아오렴. 잘 할 수 있지? Ajde!!!!

▶ CALENDAR

«   2025/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베오그라드

▶ CATEGORY

분류 모두 보기 (448)
AJDE NOLE ! (31)
ORDER OF PLAY (124)
NEWS (31)
DRAW (78)
INTERVIEW (52)
RANKINGS (18)
DIARY (9)
VIDEO (70)
PHOTO (27)
MISC. (6)

▶ RECENT COMMENTS

▶ ARCHIVE

    Today : / Yesterday :
    Total :
    티스토리 가기블로그 구독하기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NOVAK DJOKOVIC

    ▶ RECENT E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