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io Fognini (ITA) v [Q] Franco Skugor (CRO)
[Q] Evgeny Donskoy (RUS) v [WC] Filip Krajinovic (SRB)
Horacio Zeballos (ARG) v [7] Janko Tipsarevic (SRB)
[3] Sam Querrey (USA) v Bye
Evgeny Korolev (KAZ) v Michael Russell (USA)
Igor Andreev (RUS) v Blaz Kavcic (SLO)
[WC] Dusan Lajovic (SRB) v [5] Ivo Karlovic (CRO)
[6] Viktor Troicki (SRB) v Ivan Navarro (ESP)
Karol Beck (SVK) v Florent Serra (FRA)
[WC] Marko Djokovic (SRB) v [Q] Alessio Di Mauro (ITA)
Bye v [4] Stanislas Wawrinka (SUI)
[8] Andreas Seppi (ITA) v Leonardo Mayer (ARG)
Olivier Rochus (BEL) v Richard Gasquet (FRA)
[Q] Flavio Cipolla (ITA) v Josselin Ouanna (FRA)
Bye v [2] John Isner (USA)
보통 같으면 수요일 쯤엔 첫 경기가 있었을텐데 목요일 저녁,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일정을 늦춰놨길래 뭔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 마침 주초에 마르코 경기 중에 비춰주는데 팔 다리에 테이핑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그 날 또 무슨 기념 비디오 찍는다고(이 대회랑 직접 관련 있는 건 아닌 듯) 축구 경기 하는데 병원 실험실에서 갖뛰쳐나온 것 마냥 몸에까지 사방에 흰 딱지가 붙어있는 것도 심상치가 않았고. 그래봐야 고작(?!!) 최근에 서브 폼 수정/번복 하느라 어깨 아프다는 이야기 가끔 들었던 것 밖에 생각 안했지. 물론 어깨 테이핑 역시 이미 일년 가까이 된 이야기에 간단히 생각하고 넘기다간 크게 고생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 이미 찜찜한 상태였는데 결정적으로 최근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건 꽃가루 알러지. 인디언웰즈 대회 들어가면서부터 알러지로 고생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으니 이것도 벌써 거의 두 달이나 지난 셈인데 경기 중에 휴지를 달고 살아도, 로마 마지막 경기 인터뷰에서 따로 언급까지했음에도 가벼운 감기 수준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거든. 아직까지 가족이나 지인 중에 이런 질병 가진 환자가 아예 없어서 아무리 지병으로 호흡 문제가 있는 놀레라도 일이 이렇게 커질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사실 지금도 이게 어느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지 감이 잡히기는 커녕 조금 당황스러운 기분.
그리고 들어간 첫 경기, 참 지지리 못했음에도 달리 질 도리가 없게 상대가 더 못하는 바람에 어떻게 가져오긴 하더라. 지난 해에도, 올해 데이비스컵 때도 홈 관중 앞에서 영 엉망이었던지라 또 시작인가, 이젠 홈 경기라는 이유만으로 나까지 스트레스 받겠다 싶은게 자기 대회에서도 이러는데 홈에서 그랜드슬램이라도 치렀다간 일 나겠다며 혼자 피식 웃고 말았지. 경기 끝나고 인터뷰에서 맥아리 없는 목소리로 <알러지에 다른 문제도 어쩌고 그러면서 기권까지 고려했다가 하게 됐는데 잘 한 결정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제 준결승에 최소한 한 명은 세르비아 선수가 들어가게 됐다> 말하는데 불안한 느낌이 확 오더라구.
놀레 다음 상대는 열여덟살, 필립 크라이노비치.* 팁시는 대회 직전에 갑자기 아파서 출전 포기했고, 분위기 좋아보이던 트로이츠키는 아깝게 8강에서 탈락, 남은 건 이제 둘 중 하난데 이 경기 어떻게 할런지 내심 좀 궁금했어. 보고 듣는 상황 같아선 기권해야하는 건데 8강 네 경기 중 가장 주목받는 경기를 기권으로 없애버릴 수도 없고, 그것도 상대가 그냥 자국 선수도 아니고 파릇파릇한 새싹. 일단 W/O없이 경기는 시작했는데 딱 첫 게임 보면서 쟨 연기력 좀 늘려야겠다 싶더라지. 짧은 1세트 끝나고 기권할 정도의 컨디션이었으니 애초에 코트에 들어서지 말아야했던 걸 감안하면 그게 정말 순수 최대치였을 수도 있겠지만 이길 의사도 전혀 없어보였거든. 너무 쉽게 져주는 걸로 보이지 않도록 딴엔 애쓰는 것 같은데 그것조차 티나고, 아웃 되거나 말거나 쳐내는 공이 공교롭게 위너가 몇번 되니까 자기도 놀라는 것 같고;; 어떻게 해서든 질게 거의 분명한 경기를 대체 무슨 마음으로 봐야하나, 이기라고 응원하면 안되는 거니까 말이지..;; 이걸 어떻게 마무리 지으려나 그것만 기다리고 있는데 1세트 끝나고 기권하더라구. 입장권 치르고 이 경기 보겠다고 찾아온 관중들한텐 미안하지만 여기에서 그만 두는게 놀레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겠나 싶은게 차라리 시원하던 찬데 당연하지만 냉정하게도 관중들이 야유를 하더라구. 크게 한 건 아니었지만 홈 관중한테 받는 야유는 흠..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고만 하지 구체적으로 이야길 안하니까 뭐가 어느 정도로 문젠지는 전혀 모르겠어. 알러지 관련만 해도 이게 오래된 이야기라는데 올해처럼 심한 적이 없었다면서 치료도 안 듣는다고 하고 몇몇 처방 약품은 금지 약물 목록에 올라 있어서 쉽지도 않은 모양. 게다가 혈당 문제로 인슐린 주사 맞는 다는 소문까지. 괜시리 요즘 얼굴 안 보이는 여자친구 문제도 걱정스럽고 으으으... 고민한다고 달라질 문제는 아닌 거 알면서도 맘이 정말 안좋은게 생각이 쉬이 떨쳐지지가 않네. 차라리 그냥 경기에 지고 만 거면 다른 때처럼 넘겼으련만. 아무튼 마드리드 대회 참가 여부도 오늘 중으로 결정될 것 같아. 올해는 그저 그랜드슬램에서 잘 하는게 절대적 목표인 선수가 호주 오픈 그렇게 흘려버리고 어쩌면 가장 기다렸을 롤랑가로는 2주 코 앞으로 닥쳐오는 상황에 건강마저 위협 받고 있으니.. 먹고 살 걱정할 처지가 아닌 사람들한테도 참 사는게 쉽지가 않으이..
*전에 내가 말한 적 있을거야. 미국 볼리티에리 아카데미에서 훈련 중이고, 지난 해 3월 데이비스컵 기간에 잠깐 팀에 합류한 적도 있었고 지난 해도 마찬가지로 이 대회 와일드카드로 출전해서 괜찮은 상대로 3세트까지 가는 가능성을 보여줘서 나도 그 후로 관심 갖고 보는 중이거든. 챌린저 성적도 나쁘지 않은 가운데 유명 아카데미 출신이라 와일드 카드도 서운하지 않을 만큼은 얻고 있고, 올해 마이애미에서 블레이크마저 거의 이길뻔 할 정도로 나름 주목 받는 유망주. 이 선수 경기도 볼 겸 놀레네 테니스 아카데미 사업 관련 이야기도 나눌 겸 등등 며칠 전에 볼리티에리 코치가 베오그라드에 와 있기도 함. 더불어 대회 홍보대사 명목으로 사핀도 들르고, 마침 베오그라드에서 영화 촬영 중이라는 제라드 버틀러까지 경기 관람하러 왔지 아마 -0-;;
-다른 이야긴데 홈 대회라고 선전하는 어린 선수 보면서 놀레가 새삼 대견하더라. 사실 자기 손으로 이렇게 대회 유치해봐야 신경 쓸 일만 산더미에(기권도 마음대로 못하는ㅠ) 시즌 일정 꼬이고 내 맘 같아선 접으라고 하고 싶을 정도던데 그래도 그런 거 사서 하겠다고 나선 덕에 이렇게나마 덕보는 유망주가 있는 거 아닌가 싶은게, 정작 본인은 그런 혜택 하나 없이 제 손으로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여기까지 왔던 걸 생각하면 찡하기도 하고. 암튼 간만에 장문의 글을. 좋은 일로 올리는 거면 더 좋았으련만 ^^;